이혼도장을 찍고 세대주에 내 이름을 올린 지 벌써 4년째.
어린 자녀 때문에 겉으로는 주말부부처럼 지낸 것도 또 4년째.
이런 내가 지금에야 부부상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다.
솔직히 부부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 보다는 큰 아이 때문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는 학교생활에 대한 흥미도 없고
수업도 시간을 때우기 일쑤였다. 더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인 행동을 자주 보였다.
결국 나는 큰 아이의 마음상태를 객관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심리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내 짐작대로 자존감이 낮고 무기력하고 부부불화로 인해
상처가 많다는 것!
근본적인 해법의 하나로 상담선생님은 부부관계의 개선을 제시했다.
이혼 전 부부 상담을 거부했던 애 아빠는 이번에 내가 큰 아이의 문제 개선을
위해 강력히 부부 상담을 요구하자 마지못해 응했다.
나는 인터넷으로 신뢰 있는 상담기관을 찾던 중
은행나무부부상담연구소의 무료사업인 ‘부부행복찾기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첫 상담시간.
30대부터 60대까지 4쌍의 부부가 말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부부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상담소까지 찾았다는 민망함 속에
자기소개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의 이야기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부부간 성격차이와 가치관의 차이, 소통의 문제, 경제적인 문제까지..
각 부부마다 사연은 조금 달랐지만,
3쌍 부부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 아내의 불만이 쌓여
우울증, 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결혼기간이 긴 60대 부부도 성격차이로
일상생활의 갈등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노후에 부부만의 많은 시간을 정답게 보내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40대 후반, 60대 부부의 경우 남편 분께서
상담신청을 했다는 사실이 의미있게 느껴지고 보기 좋았다.
한편 재밌던 점은 각 부부의 문제점에 대해
남-남, 여-여 간의 공감대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이 부부의 남편을 저 부부의 아내가,
혹은 이 부부의 아내를 저 부부의 남편이
이해를 하거나 진심을 대변해 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제점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30대 부부는 오해를 풀기도 하고,
어떤 부부는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며,
한편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심각하게 이곳을 왔던 사람들이 때론 웃으며 대화를 하며
각 부부의 문제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난 처음부터 애 아빠를 심판대에 올려놓겠다는 마음은 자제했다.
문제를 객관화시켜 드러내놓고 대화를 하기 위해 애썼다.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애 아빠 스타일을 생각해 볼 때,
기분만 나빠할 뿐 별다른 효과가 없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나는 심각한 내 상황을 하소연하거나 신파조로 울먹이며 털어놓기 보다는 담담하게 ‘가장의 경제적인 책임’ 에 대해
사람들 앞에서 객관화시켜 드러내놓았다.
나는 4주간의 짧은 상담을 통해 큰 효과를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애아빠가 지인이 아닌 처음만난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직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사람이 변하기는 쉽지 않고 오래 걸리므로...
10월 한 달 간, 매주 토요일 오후 2시간.
때론 3시간까지 진행된 상담시간은 내겐 소중한 경험이었다.
상대 부부에게 내 경험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고,
내 경우에 대해서도 다른 부부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손꼽아 기다렸던 상담 시간은 4번으로 막을 내렸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계속 만남을 이어가길 원한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아직 후속 모임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다시 만나서 좀 더 부부관계가 좋아졌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싶다.
나도 아직 경제적인 책임에 대한 애 아빠의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자녀와 시간을 함께 하고 소통하려고 하는 모습은 더 좋아졌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다행이고 일단 만족하려고 내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시고 진심으로 부부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최선을 다하신 이선희 소장님께 감사한다.
특히 나를 따로 불러 소장님께서
“초인적인 힘으로 잘 버텨왔다” 라고 격려하고 나를 인정해 주셨을 때,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쏟아졌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살다보면 좋은 일도 꼭 있을 거다” 라고 하신 말씀도
위안이 되고 깊은 울림으로 마음 속에 남아있다.
그리고 소장님의 따뜻한 마음은 지금도 내 가슴 한켠에 자리해 있다.
아픈 양이 둘이서 함께,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소장님의
‘양떼지기 역할’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고 그 영역도 넓혀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부부갈등 속에 놓인 많은 부부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상담소를 찾길 바란다.
그 가운데서 문제를 감정적이 아닌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전문가의 조언대로 함께 노력한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