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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378
제목 상담을 통해 얻은것과 잃은것
글쓴이 안덕기 첨부파일
작성일 2007-07-13 조회수 2836
저는, 봄인가 즈음에
아내에 대해 많이 화가 나 있었읍니다.
그로인해, 대화가 잘 안되었고, 그래서 더더욱 화가 날 일이 많았읍니다.
나름대로, 생각하고 노력하고 했지만,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그다지 새롭지가 못했고,
오히려, 화내는 정당성만 갖추는 노력이 되 버렸읍니다.
 
왠만하면, 결정을 하고 행동에 옮기곤 했지만,
아내와의 다툼의 결과가, 극단을 달리고 있던 터라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가,
남은 인생이 두렵고, 혼란스러웠읍니다.
 
그다지, 큰 기대없이
새로운 시도로, 인터넷으로 검색중에 여럿 부부상담중에 우연히 은행나무와 인연을
맺게 되었읍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동안 해왔던 결정이나, 노력중에 참 가치있는 노력을 시도했던 것이었구나 싶습니다.
 
저는,
그다지 충고나 조언이 필요했던 사람이 아니었읍니다.
워낙에 잘나고, 열심히하고, 당당해서, 감히 누구도 저에게 이래라 저래라 못하고
또, 잘난 저는 그 누구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라고는 바늘 만큼도 없었읍니다.
 
외적으로 상황이 흔들리고, 힘들던 차에
상담을 통해서, 소장님의 의견을 들으며,
 
다른 관점에서, 또 다른 지혜를 빌어 상황을 보게 되었고,
그것은, 저를 무너뜨리는..
급기야, 제가 저의 화를 푸는 기회가 되었읍니다.
 
제가 아내와 이토록 날카롭고 차가운 담을 쌓은 것은
하루 하루 쌓여서 그리 된 것이지,
어떤 큰 일로써 생긴게 아니었읍니다.
 
알고보면, 아내는 아무것도 안했읍니다.
저에게 아무 해코지도 안했읍니다.
저는, 그 아무것도 안하는 것 때문에 화가 쌓이고 쌓였던 것이었읍니다.
 
소장님의 조언중에 저를 번뜩 눈을 뜨게 한 것은
"너, 나, 그리고 우리"라는 관점이었읍니다.
 
너와 나는 함께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저의 잘못이라면 아내를, 가족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너,나,우리의 구분을 두는 자체가 불경스럽고
상상할 수 없는 죄악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고, 행동하고, 잣대를 들이댔었읍니다.
 
아내는, 살아온 지난 이력이 있고, 또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 자신의 특징이 있음에도
저는,
결혼했고, 사랑한다고 했고, 가족이 되었고, 또, 내가 이토록 잘~ 해주니
너도, 나와 하나가 되어, 일체가 되어 해 주어야 한다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나의 기준대로 재단하고 있었다보니,
서로의 괴리가 제법 컸었읍니다.
 
원래가, 무덤덤한 사람
원래가, 대충 대충한 사람
그래서, 요구하는 것도 그다지 대단한 것도 없는 사람
그래서, 크게 다투는 사람도 주위에 없는 사람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크게 궁금하지도 않는 사람
비오는 날, 베란다 문을 열고 잠을 잘 수 있는 사람
도둑을 맞아도, 묵묵히 경찰서에 전화하고 걸레질 하는 사람
무엇보다, 외박을 해도, 크게 궁금해 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답답하고, 불편하고, 화가 나는 사람

저는, 부부는 혼연일체가 되어 절대적인 한 생각,느낌,행동,야합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믿었는데,
소장님께서는 그게 아니라고 하시니, 얼마나 섭섭하고, 야속했는지..
 
하지만,
그 말씀이 시간이 지나면서, 열쇠가 되어오고 있었읍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
 
그래서,
너는, 그러한 사람이다.. /  나는, 이러한 사람이다.. / 라고 한 발 물러서서 내버려두고
쳐다보니, 기가 차지만 용서할 여지가 있었읍니다.
아내는, 숨을 좀 쉬게 된 것 같았읍니다.
 
대화가 가능할 즈음에
아내는 용기를 내어, 저에게 말을 걸었고, 설명을 했읍니다.
너 / 나라는 관점에서 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읍니다.
그때부터는, 악순환이 아니라, 선순환의 고리로 접어 들었고,
하나씩 하나씩, 즐거운 일들이 쌓여 갔읍니다.
지금은 잘 먹고, 잘 살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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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제가, 왜 제목에 "~잃은 것"이라는 내용을 넣었는가를 말씀드리겠읍니다.

그렇게 너 / 나 / 그리고 우리라는 관점이 생활에 질서를 가지고 왔기도 하지만,
삶의 원동력이 되는, 열정과 사랑?, 애착? 집착? 그런 원료를
빼앗아 가 버렸읍니다.
 
화가 날때도, 내가 만든 적당한 경계선을 느끼고 지키듯
대화를 조용히 하고 싶을 때도, 내가 만든 적당한 경계선이 느껴집니다.
늦게 들어와, 아내가 먼저 자고 있을 에도,
이젠 시비도 걸지 않지만, 말을 걸기위해 깨우지도 않습니다.
간혹 깨우긴 해도, 감정이 좀 서늘합니다.
 
늙어감과 동시에,
외로움의 갱년기에 접어든듯 합니다.
 
다시 태어나서 산다면, 다시 태어나서 결혼한다면,
이렇게, 너 / 나 / 우리를 구분해서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고, 먼저 익히고 살고 싶습니다.
결혼 전에도 그렇게 구분해서 만나고, 결혼하고, 기대하고 행동하고 해서
이렇게 늦게, 그런 세상을 맞지 않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좋은 충고이고, 나 말고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데 필요한
중요한 규칙인 것 같습니다.
 
감히, 몇자 써 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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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기 님

이렇게 솔직한 글을 써주셔서 그리고 편안해지셨다니 참 고맙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 같군요.

- -  열정과 같은 삶의 원료를 잃은 것 같다고 하셔서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랑, 애착, 열정 그런 것들이 작용하지 않았더라면 결혼이 이루어졌을 까요? 그 때는 그 때 대로 잘 하신 겁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듯이 지금은 어떤 정리정돈이
필요할 것이라서 구분을 하게 된 것이 아닐런지요? 또한 열정과 애착이 없다면 구분도 하기 어려운 일 일것 같지 않습니까? 

열정과 애착은 변함이 없지만, 이제는 그 이전의 방법 으로는 잘 되지 않아서 그 방법을 '구분' 이라는 것으로 바꿀 필요가 생긴게 아닐런지요 .

눈은 바꿀수 없지만 안경은 바꾸어 쓸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들에게 하루도 같은 날은 없듯이, 우리들 마음도, 생각도, 행동도 늘 변화하므로 그에 따라 적용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잃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위로를 드립니다.
가족분들과 함께 늘 행복하십시요.

이선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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