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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909
제목 아빠와 가족 간의 갈등
글쓴이 chiakin 첨부파일
작성일 2009-03-19 조회수 1677

 

안녕하세요.
요근래 너무나도 답답한 마음에 온라인으로 나마 상담 신청합니다.

저희 집은 부모님과 딸 셋, 다섯 식구입니다.
제 나이는 지금 25살이고 동생들은 두 살, 다섯 살 터울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는 굉장히 가부장적이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는 아빠와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동생들(특히 둘째)도 사이가 안좋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집안 일을 안 하시는 건 예사고 무조건 아빠 말에 복종하길 원하셨어요.
자식이 뭘 고민하고 뭘 원하는지는 전혀 모르셨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더 갈등이 심해지니까 심지어는 '내 자식이 아니다'라는 말까지도 하셨는데
정말이지 이 말은 평생 가도 잊혀지지 않을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전 장녀인지라 대학을 가고 머리가 자라다보니 아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아빠랑 속 얘기를 하는 정도까지 이르렀습니다.
아빠도 자식들과의 갈등, 또 엄마와의 갈등 때문에 외로움이 크셨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습니다.
솔직히 말해 아빠가 집에 들어오셔도 동생들이 인사를 안 한다거나,
일이 생기면 아빠보다는 주로 엄마에게 의지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상처를 감싸준 분은 엄마셨거든요.
그렇게 계속 곪아오던 가족들의 갈등이 터져버린 건 제가 대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아빠가 엄마에게 (아빠 말씀으로는) 5년간 고민해왔던 이혼 얘기를 꺼내셨습니다.
엄마는 이렇게 갑자기 얘기를 하는 게 어딨냐, 노력할 시간을 달라고 말씀하셨고
아빠의 알았다는 대답과 함께 이혼얘기는 덮어두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온 가족이 충격을 받고 잘 지내려고 노력 많이들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빠와의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겁니다.
그 뒤로 잘 지내는 듯 싶었지만 동생들은 워낙 엄마에게 의지를 했었고
또 둘째는 예전에 아빠에게 말로 상처 받은 적도 몇 번 있었고 따귀로 맞았었던 터라
여전히 아빠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옛날의 반복이었죠.
또 아빠가 작년 10월에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뒤로 많이 예민해지셨습니다.
다행이 심하게 온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몸을 조심해야 했기 때문에
하시던 일(자영업)을 당분간 쉬셨고 올 2월까지 수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걸 엄마가 원치 않게 담당하게 되셨는데
얼마 전 아빠가 카드연체 때문에 엄마한테 150만원을 빌리셨습니다.
이것이 현재 가족의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이 되었는데
엄마는 그 돈이 왜 그렇게 연체가 되었는지를 물어보셨고 저희들도 물어봤습니다.
물론 엄마도 이런 생활고에 지쳐서 따지듯이 물어본 것도 있었고 저희도 그랬습니다.
아빠는 그런 가족들의 반응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처럼 생각하셨고
너무 섭섭한 나머지 급기야는 가족들의 전화도 피하시더라고요.
며칠 뒤에 전화통화를 하고보니 그 일이 정말 너무너무 서운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불과 보름 전의 일이었는데 이틀 전에 또 사소한 일 하나가 터졌습니다.
막내 동생이 지금 대학을 다니는데 이틀 전에 외박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겨서
엄마에게 말씀 드리고 아빠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계속 안 받으시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연락을 못 드렸는데 그걸 그날 아시고는 엄마에게 소리소리 치시면서
'가족이 날 구렁텅이로 내모는 것 같다'고 말씀 하셨다고 합니다.
전 밖에 나와서 사는지라 상황을 그냥 전해듣기만 하는데
이런 상황들의 연속인지라 평생 인연이 없을 것 같았던 위염도 생겼습니다.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아빠는 계속 가족과의 대화는 커녕 전화도 회피하십니다.
또 언제 다시 이혼 얘기를 꺼내실지 몰라 조마조마 하네요.
엄마는 이제는 정말 힘들어 하십니다.
저희 가족,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