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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830
제목 부부상담 부탁드려요...
글쓴이 박채원 첨부파일
작성일 2008-12-08 조회수 1534

 

 

저희 엄마의 부탁으로 난생 처음으로 부부상담소라는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오죽 힘드시면 이제 수험생이 되는 예비고3 딸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론 자식 입장으로써 부모님이 다시 금슬이 좋아지시길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저희 아빠와 엄마는 63년생 토끼띠 동갑내기십니다.

게다가 아빠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아빠, 엄마 두분 다 같이 일하시니 티격태격 자주 싸우시기도 하십니다. 그런데, 그 '싸움'이란게 문제지요.

간단한 싸움이라면 저녁에 아빠가 화를 푸시고 엄마께 장난을 치시기도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싸웠던 기억이 있어서 꺼림직하시다고도 합니다. 상담사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진 모르겠지만 딸로써, 여자로써 엄마 입장에 더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일단 두분 사이에 싸움이 난다면 가능한 한 중립적으로 아빠는 이런게 잘못했다, 엄마는 이런걸 고쳐야할듯싶다 하고 조언도 해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런 딸이 기특하다고 생각하신건지, 아니면 제 조언이 정말 그분들께서 생각하시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하신건지 금방 또 두분 다 화가 풀어지시긴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이건... 항상 제 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해보고, 또 만약에 저와 미래의 남자친구(?)의 일이라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뭐 이런것도 생각해보면서 나름대로 생각해보았던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의 발단은 동생의 늦은 귀가였습니다. 학원에서 항상 늦게 귀가하는 동생을 아빠가 매번 데리러 가주십니다. 그런데 그날, 그러니까 며칠 전, 동생은 아빠에게 아무런 연락 없이 학원차를 타고 집으로 온 것입니다. 게다가 그날 낮에 동생이 하교 후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전화도 안걸고, 엄마의 전화까지도 받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당연히 아빠랑 같이 온줄 아시고 동생에게 전화를 왜 안했냐고 혼내셨습니다. 그런데 10분정도 지나도 당연히 같이 들어오셔야 할 아빠가 안오셔서 동생에게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동생이 천연덕스럽게 "아빠 왜. 나 학원차 타고 왔는데." 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엄마께서 아차 싶으셔서 아빠께 전화를 거시려고 하다가 마침 아빠께 전화가 온겁니다, 아주 화나신 채로...

 

그때부터 아빠께선 동생이 아닌 엄마를 추궁하시면서 자식들 앞에서는 해서는 안될 일들을 하십니다. 엄마께선 항상 12시에 주무시는데 아빠가 11시에 들어오시면서 TV보시는 엄마께 "TV 당장 안끄고 안자면 불질러버린다" 이런식으로 말씀하시기도 하고, 일요일 아침에 식탁을 깨부숴버린다는 둥, 엄마에게 썅년이라든지 개년이라든지... 차마 입에 담으면 안되는 욕설까지 거리낌없이 남발하십니다. 생애 기억에서 몇번 없는 엄마의 우는 모습... 그날 또 보고 말았습니다...

 

전 깁스를 했기 때문에 12시 반쯤에 아빠가 데리러 오십니다. (시험기간이라서 일찍 끝납니다.)

그런데 어제 일요일, 평화로워야 할 일요일 아침, 일주일의 시작이 엄마의 눈물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만 17년동안의 아빠에게 쌓였던 신뢰감이 우르르 무너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시험이 끝나고나서 동네 친구에게 부탁해서 같이 택시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한시가 넘어도, 두시가 넘어도 아빠는 회사에서 아무런 걱정도 안하셨다고 하시더군요.. 뭐, 매일 절 데리러 오실때마다 '일하는 사람이라 데릴러 와줄수 없다' 고 하실때에도 이해하려고 했는데요... 물론 '아빠니까 당연히..' 라고 생각하는 제 사고방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정말 남들처럼 아빠가 봉급이나 받는 월급쟁이가 아니라 직접 회사를 운영하시니까 시간이 없으신게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늦은 시간까지도 걱정하지 않으셨다는거, 그거에 저도 아빠께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아까 엄마가 오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조언하시길 엄마에게 좀더 강력하게 나가라고 하시더군요. 아빠가 '불질러버린다' 이러시면 '불질러라' 이러고 그냥 나오시고.. 음, 그니까 엄마가 소심한 A형이셔서 은근히 마음이 여리세요.. 그래서 그런지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시는..? 그런 타입이셔서 아빠가 더 기고만장하시는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구요. (감히 만 28년 정도의 나이차가 나는 어른에게 '기고만장' 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전 그만큼 아빠께 많이.. 실망했습니다..)

 

또 화가 풀리면 엄마에게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실 아빠겠지만 그동안 저와 엄마가 받은 상처는 정말 큽니다.. 하지만 엄마가 '커리어우먼' 이 아니시기 때문에 이혼해도 저와 동생을 책임지지 못하신다고 하네요. 그래서 정말 살기 싫으시다고..

한때는 아빠와 얘기하실 때 이혼얘기까지 나오셨는데 아빠는 엄마가 마음이 여리셔서 이혼서류같은거 준비 못하시는거 뻔히 아시니까 가져와보라고, 가져오기만 하면 도장 찍어준다고 하셨다고 하네요.. 자식 입장에서 부부사이는 참견해서는 안된다는거 정말 잘 압니다..

하지만 제가 철이 든 이후부터, 그리고 저도 훗날에 한 남자의 아내가 되있으며 한 가정의 어머니가 될 것이란걸 알기 때문에.. 그래서 엄마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엄마의 권유와 저의 판단으로 상담소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추운 날, 감기 조심하시고 눈오는 날 빙판길도 조심하세요.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상담사님의 답변이 저희 모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