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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179
제목 부부들의 기억은 소설을 쓰고 있다.
글쓴이 은행나무 첨부파일
작성일 2013-05-16 조회수 2036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 테러범들이 비행기 2대를 납치해 뉴욕 무역센터 빌딩에 충돌시킨 사전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중 많은 용의자가 체포됐다. 그중 이집트 항공사의 조종사 한 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 용의자가 묵었던 호텔방은 무역센터 빌딩이 보이는 곳이었고, 그 전날 그가 큰 가방을 들고 호텔로비를 지나가는 걸 목격했다는 증인까지 나타났다. 가방은 딱 레이저 추적장비가 들어갈 만한 사이즈였고, 경찰은 비행기 조종 경험이 없던 테러리스트들을 지상에서 원격 가이드해준 장본인이 바로 그 조종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아무리 조사해도 조종사는 이슬람 극단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평범한 중산층 가장이 테러단에 합류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조종사를 봤다는 증인은 어떻게 된 것일까? 100% 자신의 기억을 확신했던 증인은 오랜 조사 끝에 결국 예전 TV에서 본 비슷한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착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불행하게도 우리의 기억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아니다. 하드디스크엔 정보가 입력된 그대로 저장된다. 그러나 망막을 통해서만 매시간 100기가바이트 정도 들어오는 정보량을 평생 지속적으로 입력하기엔 뇌의 저장량이 모자란다. 결국 우리의 경험은 보고 듣고 지각한 그 자체가 아니라 극도로 압축된 상태로 뇌에 저장된다. 이때 기억과 정보 압축은 해마라는 뇌의 한 부분에서 일어난다. 
  이때 특별히 집중하며 경험하지 않은 정보는 제목 위주로 압축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큰 관심 없이 TV를 보던 증인의 기억엔  '남자'  '큰 가방'  '호텔'  같은 식으로 제목들만 입력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입력된 정보를 다시 불러오면 우리는 예전에 경험했던 본래의 정보가 아니라 이미 제목으로 압축된 정보를 가져온다. 압축된 정보 사이의 구체적인 내용은 과거경험이나 편견에 바탕을 두고 재생된다. 
  지난주 화요일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을까? 거의 한 시간동안 분명히 무언가를 먹었을텐데,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어제 회식자리에 같이 있었던 동료의 넥타이 색깔 역시 기억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증인으로 어제 있었던 일들을 구체적으로 기억해야 한다면 우리의 뇌는 압축되었던 기억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재생하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기억이 아니다. 단지 우리의 뇌가 대부분 소설을 쓰고 있을 뿐이다.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조선일보  2013년 1월 29일자

    심각한 갈등에 당면한 부부들은 과거사에 대한 고통으로 배우자를 원망하고 불신하며 현재의 
부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미래를 놓치고 과거 안에서 살게 되는데, 이는 
당사자 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은 과거사에 대한 인과를 분명하게 가려서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경험하지 않고자 하는 절박한 동기인데, 이 동기는 과거사에 대한 기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본다는 식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그 기억이 사실인가, 과연 참 
인가? 상대배우자를 이기기 위해 혹시 과장된 부분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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