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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례

번호 362
제목 상담사례5
글쓴이 은행나무 첨부파일
작성일 2004-06-29 조회수 6787
남편의 외도를 더 이상 그냥 넘어 갈 수 없다. 이혼하고 끝장을 내고 싶은데 
치사하게도 정을 떼기가 어렵다.
  
- 시댁은 너무 열악한 환경, 막내며느리로 시집와서 7년 동안 열심히 일하여 월세방을 전셋집으로 늘려 드렸는데 남편은 나를 배반하였다. 이럴 수는 없다 -    

상담일시 및 회수 : 200×년 8월 ~ 같은 해 12월. 약 1주에 1회(60분 ~ 90분), 총 11회
내담자 및 가족 : 내담자(여, 35세, 대 졸, 결혼 후에도 약사로 재직하다가 2년 전 휴직함)
                       남편(36세, 대졸, 회사원)과 딸(4세).

<내담자의 호소 및 상담의 경위>
남들은 몰라도 내 남편이 그럴 줄은 정말 몰랐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너무 잘 아는 이 상황에서 생긴 일이라, 분한 마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내담자의 가장 절실한 호소였다. 
막상 이혼으로 결단을 내리려 하나, 첫사랑으로 4년 동안 열렬히 연애를 했던 옛정을 생각하니 너무 허전하다. 
어느 땐 남편을 죽이고 싶도록 분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고, 이렇다 혹시 무슨 일을 저지르지나 않을까 두려워서 홍보물을 보고 찾아왔다 고 하였다. 

<상담의 개요>
첫 회기에서 내담자는 맨발에, 부스스한 머리, 구겨진 티셔츠에 두서 없는 말씨 등 아주 불안한 모습이었다. 배신감과 복수심에 가득 차 경황이 없어 보였고, 자칫 위험한 일이 생기지 나 않을까 싶은 우려를 자아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에서 매우 측은한 느낌이 들었으므로, 그녀가 안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하면서, 그동안 고통스러웠던 얘기를 그녀의 입장에서 들어만 주었다. 
시댁과 친정간의 엄청난 차이(시숙 어른이 둘인데 모두 이혼 후 재혼, 시누이 하나는 이혼 후 독신, 남편은 개천에서 용 난 격, 유일하게 장학생으로 대졸, 시부모님의 기대가 매우 높다)를 이해할 수 없으며, 제발 손위동서들이 제대로 며느리 역할을 하면 좋을 텐데 왜 그러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 만약 우리형제들이 그렇게 하면 친정부모님은 호적을 파가라고 하실 것, 친정아버지는 교육자, 아주 엄격하심. 시부모님이 월세 방에서 고생하시는 것이 너무 불쌍해 몸이 부서져라 일만 했고, 그래서 첫애가 자연 유산되었다.
3년 전 즈음 남편이 이상해 보여(늦은 귀가, 주말 외출 등) 고민하던 중, 뒤를 밟아 여관에서 어느 여자와 동침하는 것을 붙잡았다. 이 때에 친정가족들을 모두 불렀고, 남편은 친정아버지 친구의 제자이기도 해서 사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각별했던 터라, 아버지의 극심한 분노와 실망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정도였다. 그 때에 아버지는 남편의 따귀를 때리고 어머니는 그 여자의 머리채를 붙잡아 벽에 쥐어박았으며 동생들은 그 들 두 사람에게 사정없이 폭언을 퍼부었다. 
친정가족들이 강력하게 개입하여 그 여자(남편직장의 외무사원, 유부녀)는 회사를 나갔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그 일은 마무리되었으나, 그 때로부터 1년 즈음이 지난 약 2년 전, 남편에게서 향수냄새가 나고 등에 긁힌 손톱자국이 있고 월급명세서를 보여주지 않는 등 또다시 의심스러운 일들이 생겨 내담자는 너무나 분하고 억울한 나머지 그 여자의 남편에게, 그리고 남편회사의 상급자에게까지 이 일을 알려버렸다. 
그런 결과 남편은 감봉이 되었고 그 여자의 남편은 내담자의 남편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때리는 등 내담자의 예상과는 달리 자신에게 더욱 불리한 일들을 자초한 것으로 되어버렸으며, 이 일을 계기로 하여 남편의 냉대가 시작되었다.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고 명세서는 물론 월급 액의 반도 되지 않는 금액을 생활비로 내놓으며, 자기가 잘 못했지만 아내를 비롯해서 처가식구들이 너무 큰 상처를 주었다고 공박하였다 - 이 부분에 대하여 내담자는 자신도 시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크지만, 잘 못을 했더라도 남편이 받은 상처가 훨씬 크고 잘 잊혀지지 않을 거라고 시인하였다. 
그로부터 약 2년 동안 내담자는 여러 가지 마음고생을 감당해왔는데 최근에 이르러 남편의 태도가 더욱 본격적으로 변하더니 즉, 화장실에 가서 핸드폰을 받거나 자동차 트렁크 안에서 호텔 명이 찍힌 메모지나 볼펜, 병따개 혹은 여자화장품 같은 것들이 발견되며, 특히 밤늦게 채팅을 하는 등 도저히 그냥 보아 넘길 수가 없어서 거의 매일이 다툼의 연속이라고 하였다.                        
이 상담 회기 전체 중 반 이상을 지나는 동안 상담자는 내담자의 남편과 시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들어주는 데에 주력하였고, 아이를 유산하면서 까지 돈을 벌어 시댁에 기여하였으나 보상은커녕 남편의 배신에 분개하고 있는 내담자의 입장을 지지하고 충분히 공감하였다.   
이런 단계를 지나고 나니 내담자는 스스로 의문을 갖기 시작하였는데, 막내며느리인 자신이 그렇게 까지(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댁의 열악한 환경을 도와야겠다고 나섰던 이유, 연애할 때 서로의 마음을 존중해주고 위해주던 그런 생각들이 다 없어져버리고, 지금은 너무 삭막하고 원수처럼 헤어지지 못 해 살고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남편의 외도를 다 공개해버렸는데 그 게 잘 한 짓이었을까. 나는 억척스레 고생을 했는데 과연 이 것이 남편이 원하는 일이었을까. 그렇다면 나에게 남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의문을 살펴보면서 내담자는 자신이 과업위주의 삶을 선택했고, 속으로 시댁을 무시하였으며 - 이런 마음이 겉으로도 표현되어 남편의 자존심을 많이 건드렸을 것이다 - 자신이 기여한 바를 은근히 내세우면서 남편 위에 군림하려고도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남편은 매우 감성적인 편이라 아내와 함께 즐기는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자신은 그런 부분을 너무 무시하고 그저 돈을 버는 데에만 급급하였다 - 내담자가 많이 후회하는 부분.
이런 점들을 파악한 내담자는 자신이 그 동안 잘 못 살아왔다고 말하면서, 행동과 태도와 생각들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남편에게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출산(난산) 때의 후유증으로 오래 병원치료를 받았는데 남편이 처음 외도한 시기가 그 시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남편에 대한 새로운 이해(성적인)를 얻게 된 것이었다. 
이런 통찰이 생긴 이후로 내담자의 옷차림이나 화장 등이 단정하고 화사해지면서 안정을 찾는 듯 하였는데, 마침 이 때 즈음 남편의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찍 집에 돌아와 아이와 놀아주고 가사를 도와주며, 한 결 아내에게 자상한 태도로 자주 외식이나 주말여행을 하자는 등에서, 내담자는 이전의 행복한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되었다.         
또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느껴진다고도 하였다.   

<상담의 성과>
상담의 종결 무렵 이들 부부에게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내담자의 심리적 안정은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에 대한 진정한 이해, 즉 시댁에 비하여 친정이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공연히(자신도 모르는 중에) 남편을 하대하거나 남편의 요구를 가벼이 여겼던 점. 그리고 결혼 후 경험했던 현실생활에서의 고달픔을 남편에게만 그 탓을 돌리고 은근히 그를 무시하고 원망했던 옹졸함이 자신에게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깨달음이 이었다 - 이런 상황에서 남편은 쉽사리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렸을 것이다 -
내담자는 아직도 남편에게서 조금 찜찜한 구석은 있어 보이지만, 계속 노력하면서 타협할 작정이며 혹시 또 나쁜 일이 생기면 남편과 함께 다시 찾아올 거라는 말을 하였다. 

<상담자의 소견>         
이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분노, 적개심, 억울함 등을 충분히 들어주어서 내담자가 감정의 정화를 기할 수만 있다면, 그녀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한 변화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남편의 배반을 경험하고서도 정을 끊지 못 해서 고통스러워하는 내담자의 남편에 대한 애정이 그런 확신의 근거를 제공하였음은 물론이다. 
남편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스스로를 잘 파악하여 삶의 위기를 넘긴 내담자의 용기와 인내가, 상담자의 확신에 빗나가지 않았음에 대하여 내담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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