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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1296
제목 성 충동의 미스터리
글쓴이 은행나무 첨부파일
작성일 2016-06-20 조회수 889

'아웃사이더'의 작가 콜린 윌슨은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20세기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을 아웃사이더라는 관점에서 묘파한 평론을 써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가 비슷한 종류의 책을 두 권 더 쓴 후 발표한 책은 '어느 철학자의 섹스 다이어리'였다. 책의 대부분은 성욕과 성충동에 대한 개인적인 고백들로 채워져 있다. 책을 읽어보면 그에게는 일상의 관심도, 삶의 추동력도 오직 섹스밖에 없는 듯 느껴진다. 자신의 성욕을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포 같다"고 묘사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납득되지 않는 것이 남성의 성욕이다. 남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것을 성 충동과 연관시키기 좋아한다. 군부대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부대 주변 음성적 매매춘 시설을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군부대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 군인들을 외박시켜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성욕만 편안히 해결되면 세계 평화도 절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듯하다. 심지어 남자들은 성 기관에 '불수의근: 내 의지와 관계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근육)' 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것이 당사자의 뜻과 무관하게 작동한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성으로 표현되는 모든 행위도 실은 정신적 문제다.  성 충동에 휩싸일 때 즉각 해소하지 못하면 폭발할 듯 느끼는 마음은 충동조절 장애일 뿐이다. 불안, 분노와 같은 위험한 감정을 늘 섹스로 해소해 왔기 때문에 성욕이 해소되지 않으면 분노로 치환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또한 그것은 병리적 나르시시스트의 특성이다. 그들은 착취적 대상 관계를 맺는데 성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성욕을 해소할 만한 만만한 상대를 찾아내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사용한다. 또한 그들은 원 본능 충동을 상징, 은유화하는 과정을 밟지 못한 이들이다. 그들이 편집증적 충동에 휩싸이기 때문에 현실을 망각하는 게 아니라 내면에 사회적 상징과 질서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동을 향해 눈먼 듯 내달리는 것이다.

김형경(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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