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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1293
제목 부모가 자녀를 위해 감당해야 하는 것
글쓴이 은행나무 첨부파일
작성일 2016-06-15 조회수 829

싱글인 지인 여성이 입시학원에 다니는 대입 수험생 조카를 데리고 있었던 경험을 들려줬다. 그녀는 아이의 식사나 잠자리를 돌보는 것보다 힘든 일이 아이가 투사하는 감정을 감당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수험생 조카는 대체로 불안하고 조급한 정서 상태에 있었고, 자기 실력에 회의를 느끼면서 절망감에 빠지곤 했다. 불안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새삼 여자친구를 사귀었고, 성급하게 관계를 진척시키려다가 차인 후 상실감을 떠안기도 했다.

 

지인은 조카가 경험하는 파란만장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더라고 말했따. 아이의 불안이나 절망감이 느껴질 때면 아이를 향해 잔소리를 쏟아 낼 뻔했다. 아이의 공격성에 휩싸일 때면 속상한 마음인 채 눈물을 흘렸다. 지인은 다행히 성찰적인 사람이어서 그 다채로운 감정의 정체를 재빨리 알아차렸다. 불편한 감정을 혼자 소화시키면서 조카에게는 일관되게 안정된 태도로 격려와 지지의 언어만 건네려 노력했다. 다행히 조카는 정서적으로도 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부모가 성장기 자녀의 불편한 감정을 감당해 줘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 감정을 감당한다는 말은 "대체 어떤 사람이 되려고 그러느냐?"며 분노로써 되갚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감히 아빠한테 그럴 수 있느냐?"며 아이를 피지배자의 자리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불편한 감정뿐 아니라 청소년기에 느끼는 절망과 희망에 대해서도 부모가 감당해줘야 한다. 미국의 현대정신분석가 패트릭 J 케이스먼트는 '환자에게서 배우기'라는 책에서 절망적인 마음을 호소하는 내담자에게 이렇게 대응한다고 쓰고 있다.

"당신이 크나큰 절망감을 느끼는 동안 지금 당장은 자기 안에서 느낄 수 없는 희망을 내가 간직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분석가가 달랑 해석만 건넨 후 내담자를 절망 속에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내담자의 절망감에 공감하고, 절망감을 표현하도록 허용하고, 절망을 비운 자리에 희망을 받아 안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우리 젊은이도 자주 기성세대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표현하곤 한다.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여전히 부모세대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뜻이다. 공공연하게 '포기'를 천명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절망감을 좀 알아봐  달라는  의사 표현이다. 자녀 세대의 호소에 응답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돌려주는 게 아버지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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