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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1291
제목 당신은 부끄러움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 김형경
글쓴이 은행나무 첨부파일
작성일 2016-06-15 조회수 801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누구나 읽어 본 동화일 것이다. 어린 왕자가 여행하는 행성 중 한 곳에는 술주정뱅이 사내가 살고 있다. 어린 왕자는 그에게 왜 술을 마시느냐고 묻는다.

"잊기 위해서란다". 사내의 대답에 어린 왕자는 무엇을 잊으려 하느냐고 묻는다.

"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지". 무엇이 부끄러운지 다시 묻는다.

"술 마시는 것이 부끄럽단다." 어린  왕자는 어른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길을 떠난다.

 

정신분석학에서 부끄러움은 초자아가 울리는 경고음이라고 한다. 초자아는 부모 목소리가 내면화되어 만들어지는 자아 감독 기관인데, 우리의 충동이나 욕구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능을 한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양심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신분석학은 죄의식과 수치심이 유아기 성 충동과 관련해 형성된다는 연구를 내놓고 있다.

 

한편 수치심이 이상화된 자기 이미지와 현실 속 자기 모습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는 이론도 있다. 그런 이들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내가 옳고 선하고 정당하다'는 나르시시즘적 자기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리학에서는 수치심이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대물림되는 감정이라고 제안한다. 부모가 야단칠 때마다 부모의 부정적 감정이 아이에게 떠넘겨져서, 야단맞는 아이 내면에는 근거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이 성격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된다.

 

경로야 어떻든 유년기에 형성된 수치심과 죄의식은 성인이 된 후의 삶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잘못된 행동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면서 온몸이 염장되는 듯한 부끄러움을 정면으로 통과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부류다.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행동이나 감정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그 감정으로부터 도망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어린 왕자'의 인물처럼 알코올 같은 중독 물질에 의지해 수치심을 회피한다. 그보다 나쁜 방법은 그 감정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일이다. 부끄러움과 슬픔을 느끼는 이들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면서 자기 내면의 감정들을 외부로 집어던진다. 그런 이들이야말로 인식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죄의식과 수치심에 추동당하면서 내면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이다.

 

어떤 종류의 감정이든 회피하거나 투사한 내용물은 반드시 당사자에게 되돌아간다.

 

배우자는 부정적 감정을 투사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거나 의존하기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다. 내가 그(그녀)를 사랑하고 상대도 나를 사랑한다 하므로, 우리는 한 가족이며 삶의 동지이므로, 나와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사랑의 징표이므로 등등~~

 

이러한 현상은 부부갈등-문제의 심리적근거를 설명해준다. 부부간 인식, 판단, 가치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항상 일치를 이루어야 비로소 행복하다고 믿으며, 여러 생활사건의 실행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해야 만족을 느끼지만, 배우자는 이를 동의하지 않는(동의할 수 없는) 현실의 제약이 부부 분쟁의 단초를 만든다.

 

일생동안 지속되는 부부관계에서 일치되지 않는 일은 얼마든지 생긴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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